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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No.1

Note.7 클래식 음악 상식 노트 - 클래식 연주회에서 박수 치는 타이밍

by sosohan_ 2018.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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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연주회 박수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Note.7

클래식 음악 상식노트



Question

클래식 연주회에서 박수 치는 타이밍








 몇 년 전의 일이네요.

서울의 한 오케스트라가 어느 구청 강당에서 구민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했습니다. 클래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클래식을 낯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클래식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연주회였어요.

이런 종류의 연주회에는 음악을 연주하기에 앞서 해설자가 나와 음악에 대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요. 이 날도 해설자가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물었습니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쳐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한번 손들어보세요."


 관객들은 그런 상식쯤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지요. 

바로 그때 무대 뒤에 있던 지휘자가 몸을 반쯤 내밀고 살짝 손을 들고 들어가는 광경이 보였습니다. 순간, 객석에서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어요.


 물론 그 해설자는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면 안 된다는 말을 하고자 그런 질문을 던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휘자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예요. 




 악장 사이의 박수소리.




연주회장을 자주 찾는 클래식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입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악장과 악장사이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곡이 조금이라도 끝날 듯 하면 어김없이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오곤 했지요. 

그러다보니 악장이 끝날 무렵이 되면 혹시 박수가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해서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중간에 끊지 않고 연속해서 연주하도록 작곡한 멘델스존이 눈물 나게 고마울 정도였지요.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교향곡은 각 악장이 따로 연주되곤 했어요.

따라서 악장이 끝난 후 치는 박수는 당연한 것이었지요. 악곡의 전 악장을 연주하는 관행이 굳어진 20세기 초에도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것은 연주회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관행이 되었어요. 물론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지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지휘자 푸르트벵글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깊은 유기적 관게가 있다. 다음 악장은 이전 악장에서 파생한 것이다. 그러니 잠시 쉬는 동안 박수와 같은 잡음을 넣어 음악의 맥을 끊지 말라."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음악의 각 악장은 그 자체로 독립된 곡이지만, 구조적으로 다른 악장과 유기적인 연관성을 지닙니다. 정서적으로도 그렇습니다. 1악장에서 소나타 형식의 빠르고 웅장한 곡을 감상하고, 2악장에서는 느린 템포의 음악을 들으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3악장에서 스케르초로 가볍고 경쾌하게 음악 놀이를 즐긴 다음 4악장에서 씩씩하고 장엄한 피날레로 감동적인 음악 여행의 막을 내리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런 흐름 속에서 음악을 연주하거나 감상하는 사람에게, 악장 사이의 박수는 방해가 되기 쉽습니다.


 악장과 악장 사이의 시간은 연주자들에게는 감정을 가다듬고 다음 악장을 준비하는 시간이 됩니다. 따라서 이때 박수를 치면 음악에 몰입해야 하는 연주자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지요. 오랫동안 굳어온 관행, 그것도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는 관행을 거스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웬만하면 악장 사이에 박수는 삼가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절대불변의 법칙으로 여기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박수란 무엇인가? 감동의 표현이자 그러한 감동을 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따라서 정말 감동을 받으면 악장 사이에서라도 박수를 칠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요?

반대로 감동을 받지 못하면 곡이 끝난 후에도 박수를 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중간에 '절대로' 박수를 치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전에 보았던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의 독창회가 떠오르네요. 레퍼토리가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였는데,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나와 몸시 당혹스러웠습니다. 연가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가곡입니다. 따라서 중간에 박수를 친다는 건 그야말로 음악과 이야기의 맥을 완전히 끊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더구나 슈만의 가곡은 한 곡의 길이가 매우 짧아, 그런 곡이 여덟 곡 이어지는 동안 박수가 여덟번이나 나왔지요. 노래를 부른 바바라 보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다른 장르라면 몰라도 연가곡에서는 절대로 중간에 박수를 치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오페라에서는 중간에 치는 박수가 허용됩니다.

가수가 유명한 아리아를 부르고 나면, 극 중간이라도 잘했다는 뜻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야 합니다. 만약 박수를 치지 않으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나 싶어 가수가 의기소침해질 수 있어요. 그러니 오페라 공연에서는 남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아낌 없는 박수를 선사하길 바랍니다.





출처 : <<알고 싶은 클래식 듣고 싶은 클래식 '클래식 노트' - 전회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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