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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No.2

"도대체 단원들이 어디서 연주하는 거야?" - 단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by sosohan_ 2018.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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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단원들이 어디서 연주하는 거야?" 


단원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진 출처: <<음악 전문기자가 들려주는 오늘의 클래식 풍경 스마트클래식100 - 김성현지음>>




"도대체 단원들이 어디서 연주하는 거야?"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연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작곡가 자신을 영웅에 빗대서 호기롭고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담아낸 이 교향시의 4부에 들어갈즈음, 


트럼펫 소리가 무대 뒤편의 복도에서 울리면서 영웅와 적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개시를 알렸지요.


이 대목에서 뒷자리에 앉아 계시던 선배 한 분께서 조용히 물어오셨습니다. 


질문을 받으니 갑자기 음악회의 현장 해설가자 된 것만 같았습니다.





궁정오페라의 호른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나 열여섯 살 때 세레나데를 발표하고 지휘자로 활동했던 슈트라우스는 다채로운 관현악의 효과를 실험하기 위해 이렇듯 무대의 전후좌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지요.


바로크 시대부터 음악의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단원들이 극장의 구석구석에서 연주한 경우는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가만히 무대에 앉아서 연주한다'라는 고정관념이 본격적으로 흔들린 것은


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가 활동할 즈음이었습니다.





영국의 셰익스피어 배우 해리엇 스미스슨의 연극을 본 뒤 


사랑의 열병을 호되게 앓았던 작곡가의 청년기 걸작인 <환상교향곡>의 3악장이 대표적이지요.


[들의 풍경]이라는 표제가 뭍은 이 악장에서 작곡가는 


"어느 여름날 해질 무렵에 젊은 예술가는 두 명의 목동이 부는 피리 소리에 귀 기울인다"라는 해설을 붙였습니다.


연주회에서는 무대위의 잉글리쉬호른과 무대 뒤편의 오보에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 정경을 표현합니다.





후기낭만주의로 구분되는 작곡가 말러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관현악적 원근법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말러는 교향곡 1번 1악장에서 트럼펫 주자들에게 "먼 곳에서" 팡파르를 연주하라고 지시했지요.


살림이 넉넉한 악단들은 별도의 트럼펫 주자를 무대 뒤에 두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트럼펫 주자가 무대 뒤에서 먼저 연주한 뒤 발소리조차 조심스럽게 슬금슬금 입장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가끔씩 관객들에게 '어떻게 연주회에 지각할 수 있느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요.





단원들을 무대 안팎에 분산 배치하는 시도는 


'무대 위의 연주자와 무대 아래의 관객'이라는 이분법적 구문에서 탈피하려는 고민에서 나온 것입니다.


20세기의 독일 작곡가 슈톡하우젠의 <그룹들(Gruppen)>에 이르면 세 명의 지휘자와 세 개의 오케스트라를 처음부터 구분해놓고,


세 개의 악단이 한복판의 관객을 둘러싸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합니다.


청중은 오케스트라의 소리에 포위된 듯한 아찔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요.


1970년 일본 오사카의 만국박람회 당시 


슈톡하우젠은 원구 형태의 연주회장에서 매일 6시간 30분씩 183알건 100만 명의 관람객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었습니다.


"음향은 공간 안에서 원하는 어떤 지점에도 존재할 수 있다"라는 작곡가의 말처럼,


소리자체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날 연주회에서 선배의 질문을 받은 뒤 고심 끝에 


'후기낭만주의에 이르면 관현악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단원들을 다야한 위치에 배치하기도 합니다.'라는 메모를 


적어서 건네 드렸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뒤에 선배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녀석아, 공연장이 어두운데 글씨가 보이냐!"




출처 : <<음악전문기자가 들려주는 오늘의 클래식 풍경 스마트 클래식 100 - 김성현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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