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하모닉 연주홀>>
Note.10
클래식 음악 상식 노트
Question
클래식 음악에 전용 연주홀이 필요한 이유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 달리 연주할 때 스피커 확성기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고, 소리의 자연스러운 울림을 그래도 들려줍니다.
공연장의 음향은 건축 음향과 전기 음향으로 나뉘는데요, 마이크 없이 연주하는 클래식 연주나 오페라 공연은 전적으로 건축 음향에 의존해요.
따라서 연주홀을 지을 때 객석 어디에서나 골고루 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음향적인 측면에 각별히 신셩을 써서 지여야 하지요!
연주홀의 생명은 음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최적의 음향 환경을 갖춘 공연장을 만들기 위해 건축 설계 과정부터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요.
음향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잔향 시간 '입니다.
'잔향 시간'이란 소리가 울린 후 음의 소리 에너지가 100만 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의 시간인데요,
공연장이 클수록, 무대, 벽면, 바닥, 천장이 소리를 잘 반사할수록 길어집니다.
잔향시간은 벽의 재료에 따라 달라져요.
푹신한 벽은 소리를 흡수하고, 딱딱한 벽은 소리를 반사하지요. 연주홀의 내부를 설계할 때 이런 여러가지 재료들을 적절하게 활용해 원하는 잔향 시간을 얻을 수 있답니다.
적절한 잔향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은 연주홀의 필수 조건이에요!
공연장은 목적에 적합한 잔향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기의 음향적 특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공연장 용도에 맞는 과학적인 음향 기준을 적용해왔는데요.
음향 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잔향 시간은, 공연장 규모나 공연 내용에 따라 그 설정이 달라집니다.
오케스트라 음악과 오페라에는 적절한 잔향 시간이 따로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홀의 경우에는 잔향 시간을 1.6초에서 2.2초까지 길게 잡아 풍성하고 웅장한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반면 성악가들이 노래를 부르는 오페라하우스는 소리가 덜 울려야 대사가 명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잔향 시간을 1.3초에서 1.8초로 짧게 잡는답니다.
오케스트라 전용홀과 오페라 전용홀을 따로 짓는 이유이지요!
연주홀의 형태도 음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직사각형 모양을 보통 슈박스(구두 상자)라고 하는데요, 슈박스 모양의 연주홀에서는 한번 반사된 음이 청중에 많이 도달해서 풍성한 음향을 즐길 수 있어요.
한편 베를린 필하모닉 홀처럼 포도밭 형태를 한 연주홀도 있어요.
빈야드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이런 연주홀은 발코니석처럼 소리를 방해하는 구조물이 없어 자연 음향을 더 잘 들을 수 있답니다.
연주홀의 규모도 중요합니다.
공연장이 너무 크면 소리가 먼곳까지 전달 되지 않고, 음향을 방해하는 요소도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데요.
우리나라에 클래식 전용 연주홀이 들어서기 전에는 클래식 연주회가 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는데, 외국에서 온 한 피아니스트가 객석이 4천 석에 육박하는 엄청나게 큰 홀을 보고 무척 놀랐다는 풍문을 들었답니다.
이렇게 큰 곳에서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피아노 독주를 했으니, 그 소리가 어떻게 들렸을지 궁금하네요.
클래식 음악은 기계의 도움 없이 자연음을 그대로 들려주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여러 가지 음향적 측면을 고려해 지은 전용 연주홀이 반드시 필요해요.
물론 건축 음향이 아닌 전기 음향을 이용한다면 굳이 전용 연주홀이 필요 없을 수도 있게지요! 전기 음향은 건축 음향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훨씬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용 연주홀이 아닌 다목적 홀에서는 이런 최첨단 전기 음향 시스템을 이용해 음향적인 결함을 보완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대나 객석 곳곳에 수십개의 마이크와 스피커를 숨겨두고, 마이크가 무대의 음을 받아 목적에 맞는 잔향 시간만큼 지연시킨 뒤 다시 스피커로 들려주는 방법을 쓰는 것인데요.
이렇게 하면 오페라, 강연, 오케스트라 연주, 독주 등 그때 그때 목적에 맞는 최적의 음향교화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클래식 연주의 매력은 자연 그대로의 음에 있어요.
기계장치를 써서 인위적으로 조종하면 미세하게 음이 변조되거나 착색될 우려가 있지요.
그만큼 자연음의 매력이 사라지게 되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클래식 전용 연주홀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입니다.
중요한 클래식 연주회는 모두 이곳에서 열리는데요, 클래식 연주에 적합한 최적의 음향 조건을 갖추기 위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축가와 음향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어요.
파이프오르간은 건물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함께 설치해야 하는데요, 외국의 유명 연주홀치고 파이프오르간이 없는 연주홀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는 파이프오르간이 없어 오르간이 들어가는 음악을 연주할 때는 전자 오르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자오르간은 음향 면에서 파이프오르간에 비할 바가 못되지요.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생상스<교향곡3번 '오르간'>을 웅장한 파이프오르간 연주로 들을 수 있는 멋진 연주홀이 완성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출처 : <<알고 싶은 클래식 듣고 싶은 클래식 '클래식 노트' - 진회숙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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